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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으로 들어 간 영화쟁이,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을 봤다. 예의 홍상수 감독의 자유로운 카메라 줌인과 워크, 찌질한 주인공, 무료한 영상을 가로지르는 일상의 언어와 유희들로 채워지는 사랑의 변주곡이다. 묻는다. 사랑은 무어냐고. 답한다. 사랑은 결국, 당신자신과 당신의 믿음이라고.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믿는 것이고, 그 믿음은 곧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의 것이라고. 이기는 사랑의 쓸쓸한 한 단면이자, 어쩌면 본질에 가까운 것이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랑은 상대를 사랑한다 믿는 당신 자신에 상대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 그대로를 믿어야 되는 것인지 모른다. 결국 상대를 사랑하는 자신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믿듯, 상대 또한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아니 사랑이어야 한다.


최근 <공조>에서 북한 장교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 준(현빈과 유해진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김주혁과 <봄>으로 밀라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유영이 연인으로 나온다. (둘은 이 영화를 계기로 실제 연인이 되었다. 다시, 영화 속으로 들어간 영화쟁이들.) 


김주혁이 분한 화가 김영수는 지인 김중행(김의성 역)으로부터 자신의 연인 소민정(이유영 역)이 다른 남자와 동네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집에 돌아온 영수는 민정에게 사실 추궁에 들어간다. 민정은 부자연스러우니 약속 같은 건 하지 말자며, 당분간 연락하지 말고 지내자고 한다. 영수는 방황하고, 민명은 다른 남자들과 술을 마신다. 민영이 만난 남자 둘은 모두 이전에 민정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지만, 민정은 모른다고 한다. 그렇게 알던 사람을 모르는 사람처럼 두 남자와 술을 마신다. 영수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민영을 편들고, 민영의 집을 찾아가고, 일터를 찾아간다. 영수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말한다.

민영이가 외로워.

자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그러고 싶었거든.

내가 걔를 완전히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었는데,

그 말 때문에 내가 의심을 한 거야.

그게 너무 힘들어.


영수가 방황하는 사이 민정은 이전에 알고 있었던 두 명의 남자와 동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 중 유부남 박재영(권해효 역)에게 민정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 알려고 하지 말세요.

우리가 다 아는 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골목길에서 쪼그려 흐느끼는 민정에게 영수가 다가가 말을 건다. 하지만 민정은 낯설게 모르는 사람처럼 군다. 골목길에서 영수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너무 좋아서 당신을 믿을 겁니다.

당신이 기준이고, 당신에게 맞춰 살겁니다.

고마워요.

당신이 당신인 게.

골목길에서 둘은 마치 처음 만난 사이처럼 술을 마시러 가고, 영수의 방에서 잠자리를 하고 수박을 먹는다. 목이 말랐던지 너무나 시원하다는 말을 연발하는 영수와 우리 자주 수박을 먹자는 민정. 영화는 그렇게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