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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전 인터넷으로 미리 10일 간 묵을 숙소를 예약해두었다. 방 인원수와 시설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보통 4~6인실이 30달러대였다. 그런데 밴쿠버에 도착해서 여행 중 10달러짜리 호스텔을 보게 됐다. 10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는 10,000원이 채 안되는 금액이었다. 겉으로 봐서도 허름해 보였지만 젋은 날의 악몽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하룻밤 묵었다.



호스텔에 들어서자 뭔가 음침한 기운이 덮쳤는데, 방문을 열어보니 기겁할 정도로 더러웠다. 하지만 10달러다. 그러니 10달러다.





6인실이었는데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은 의외로 다른 지역에서 올라 온 캐나다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도 단순히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 이 호스텔을 찾았다고 했다. 


밤이 깊어 잠자리를 청할 무렵에 20대 여자 두 명이 방으로 들어왔다. 한 명은 바닥에 칭낭을 펼치고, 다른 한 명은 2층 침대를 쓰는 남자 품으로 갔다. 듣자하니 방값을 계산하지 않고 몰래 들어 온 친구들이었다. 바닥에 침낭을 편 친구에게 삐그덕 거리며 2층 침대를 여자와 함께 쓰는 녀석이 1층 침대 쓰는 동양애 녀석이랑 같은 침대에 자라고 농담을 하자 그네들끼리 키키덕거렸다. 방에 동양인은 나 혼자였다.


여러 호스텔에서 머물면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났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 물어 오던 독일인, 밥을 해준 중국인, 너무 굴려서 알아 듣기 정말 힘든 영어를 구사하던 이탈리아인, 함께 Pub에 가서 맥주를 마셨던 한국인 유학생도 있었다. 매번 즐거운 만남이었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불량청소년 또는 청춘들의 아지트 같은 이 호스텔에서의 하룻밤은 그다지 유쾌하지 만은 않았다. 동이 트기까지 시간이 참 느리게만 갔고, 뒤척임은 계속됐다.


+ 2007년 7월 15일부터 8월 14일까지 캐나다 밴쿠버에 체류했다. 이 글은 여행 후 우리나라에 돌아와 적은 글이다. 비공개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