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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난슬 <다 큰 여자>

category 3장: 활자중독자의 고백 2016. 5. 24. 10:33


뭐 작정하고 그런 건 아닌데 요즘 딱딱한 글이 안 읽히다보니 손길이 닿은 경수필이 모두 음악인들이 쓴 것이다.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 씨가 쓴 <보통의 존재>,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오지은최영호 프로젝트로 활동하고 있는 오지은 씨의 <익숙한 새벽 세 시> 그리고 정새난슬 씨의 <다 큰 여자>


뭔가 읽고 싶은데 딱딱한 거 싫어 뒤적이다가 알라딘이 쳐 놓은 그물에 손쉽게 걸린 건지, 그냥 이게 요즘 추세인지. 넘사벽의 사람들이 쓴 공감하기 힘든 글보다 나는 이렇게 못나서 요렇게 고민하며 겨우겨우 이겨내며 산다류의 글이 아무래도 마음을 두기 쉬우니.


정새난슬 씨는 최근에서야 알게됐다. 페북 친구 누군가가 좋아요를 눌러 내 타임라인에 떴는데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쪽글이 좋아요를 꽤 많이 받았길래 그 사람의 프로필을 살피다 정태춘, 박은옥 씨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한 때 음악에(정확히는 그냥 듣기) 빠져 있었던 때가 있어 그 당시 우리 나라 가요를 거슬러 올라가며 찾아 듣다보니 알게 됐던 가수가 정태춘, 박은옥 씨였는데 이 두 분은 정말이지 두 사람만의 음악 카테고리를 만든 분들이라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정서가 있어 좋아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의 딸이라니! 그것도 문신하고 이혼한. 게다가 스타일리시한. 그 자체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바르고 정직하고 고운 부모님을 둔 자녀의 비애일 수 있겠지만.



새로태어난슬기로운아이, 그래서 정새난슬. 


글을 잘 쓴다기보다는 유명한 게다가 정치적 색깔마저 분명한 부모님을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겪게되는 혼란한 성장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사이사이 들어 있는 일러스트레이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