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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실학자인 홍만선의 산림경제를 민족문화추진회에서 두 권으로 분책 국역하여 편찬했다. 산림경제는 터를 고르고 집을 짓고, 경작, 양잠, 구황, 건강과 의료에 관한 부분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농가경제서이다. 내용 중에는 현재 관점에서는 비합리적인 것도 많지만 경험으로 축적된 지혜가 현대의 과학적 접근이나 결론과 상통하는 면도 많아 참고할 것도 많다. 농가 생활의 참고서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역사서이기도하다.


p.45 산림경제 서(序)

옛사람이 말하기를, "의향에 따라 꽃과 대를 심고 적성에 맞추어 새와 물고기를 기르는 것, 이것이 곧 산림경제(山林經濟)이다."했는데, 내가 그 말을 음미하고 뜻을 취해서 책 이름으로 삼는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거가필용, 산거사요, 속방, 고사촬요, 농가집성, 한정록, 택경, 수양총서, 지비록, 복수전서, 본초, 지봉유설, 신은지, 한정록보, 농사직설, 사시찬요, 사시찬요보, 금양잡록, 양화소록, 묵장만록, 치부, 몽계망회록, 증류본초, 구황촬요, 황산곡 수죽기, 설문해자, 동의보감, 전방, 허준구급방, 이아, 허방, 윤방, 소창청기 등에서 주제에 맞는 내용을 발췌한 것이 대부분이다. 복거에서 치선까지가 국역된 1권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 복거(卜居) : 터를 정하고 방과 부엌, 우물, 문 등을 내는 방법과 주의해야 될 말을 모아두었다. 현대에서는 미신으로 치부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예컨대 '부엌과 우물이 서로 마주보고 있으면 남녀가 문란해진다.'와 '주택 서쪽에 언덕에 대나무가 푸르면 재물이 불어난다.'처럼  거가필용'에서 발췌한 내용처럼 과학적이지 않은 내용이 많다.
  • 섭생(攝生) :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체조와 습관, 먹거리 등까지 두루 다룬다. 성에 관한 내용도 있는데 금기가 많다. 예컨대 '금창이 아물기 전에 교회를 하면 혈기가 동요되어 금창이 터지게 된다. (수양총서)', '눈병을 앓을 때 방사를 하면 내장(內障)이 될 염려가 있다. (수양총서)'. '병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고 욕심은 병으로 가는 길이며, 성색(음악과 여색)을 가까이함은 욕심으로 가는 길이다. 이 세 가지 길을 막으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는 복수전서에서 발췌한 내용이나 '1천 첩의 보약을 먹음이 독신 생활하는 것만 못하다.'는 지비록의 문장에서 당대에 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엿볼 수 있다.
  • 치농(治農) : 주로 곡식의 농작법에 관한 내용이다. 풍흉을 점치고, 종자를 선택하고, 거름을 받고, 밭갈이와 파종을 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두루 다룬다. 벼와 기장, 수수, 콩, 팥, 메밀, 보리 등의 농작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볼리와 밀은 일찍 심으면 뿌리가 깊어 추위를 잘 견디고, 늦게 심으면 이삭이 짙다. 너무 일찍 심어서는 안 되니, 너무 일찍 심으면 벌레가 먹고 마디가 생기게 된다.(농사직설)'처럼 실용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 치포(治圃) : 채소류와 화초류·담배·약초류의 재배법이다. 수박, 참외, 오이, 파, 부추, 마늘 곰취등의 재배법에 관한 내용이다. '미나리를 심는 곳은 항시 물이 넉넉하도록 하고, 2월이 되면 거름을 해야 한다. (사시찬요)', '곰취는 기름지고 습한 땅이 좋다. 3월 그믐경에 뿌리를 취해다 심는다. (속방)'와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 종수(種樹) : 유실수와 임목 키우는 방법을 관한 내용이다. 꺾꽂이법, 허리접, 뿌리접 하는 방법부터 뽕나무, 옻나무, 소나무, 측백나무, 느티나무, 포도나무, 모과나무 등 개별적인 수종에 관한 내용까지 다룬다. '옻나무는 습기가 많은 곳에 심는 것이 좋다. 2월에 심어도 되고 10월에 심어도 된다. (속방)', '사과와 단행, 유행은 다 씨로 번식시킬 수 없으며 접을 붙이는 것이 좋다. (속방)'와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 양화(養花) : 화초, 화목, 정원수를 가꾸는 방법을 담고 있다. 노송, 대나무, 매화나무, 국화, 난초, 동백, 치자 등을 키우고 관리하는 내용이다. '소도. 버드나무나 복숭아나무에 접을 붙이면 잘 산다. 2월에 꽃이 핀다. (속방)'
  • 양잠(養蠶) : 누에를 키우는 방법을 담고 있다. '누에는 반드시 밤낮으로 먹이를 주어야 하고, 먹이를 줄 때는 반드시 골고루 주어야 한다. 만약 먹이 주는 횟수가 너무 잦으면 너무 일찍 늙고, 적으면 더디게 늙는다. 25일 만에 늙으면 잠박 하나에서 25냥의 실을 얻을 수 있지만, 28일 만에 늙으면 20냥을 얻으며 만약 한 달이 넘거나 40일이 되어 늙게 되면 단지 10여 냥을 얻을 뿐이다. (신은지)'처럼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 목양(牧養) : 가축·가금·벌·물고기의 양식법을 담고 있다. 소, 말, 양, 닭, 물고기, 벌, 학, 사슴, 들새를 키우는 법에 관한 내용이다. '비가 잘 오지 않아 꽃이 적은 해에는 꿏벌의 먹이가 부족할 염려가 있으므로 초계 1~2 마리를 털을 뽑고 내장을 꺼낸 뒤 벌통 속에 걸어 두면 꿀벌의 주림을 구제할 수 있다. (신은지)', '6월에 딴 꿀이 가장 좋다. 만약 꽃이 다 진 뒤에 딴 꿀이 아니면 꿀의 질이 나쁘고 오래 보관할 수 없다. (사시찬요)'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 치선(治膳) : 식품저장과 반찬 등의 조리·가공법을 담고 있다. 국수, 떡, 엿을 만드는 방법부터 향신료 만드는 법, 장 담그는 법, 술 빚는 법까지 다양하게 담고 있다. '소유 만드는 법은 우유(牛乳)를 냄비에 부어, 잠깐씩 두어 번 팔팔 끓여 동이에 넣고 식혀서 위에 껍질이 생기거든 그것을 냄비 안에 지질지질 끓여 기름은 꺼낸다. 이때 사발에 남는 것이 바로 소유이다. (신은지)', '포도주는 포도 익은 것을 손으로 비벼 그 즙을 짜서 찹쌀지에밥, 흰 누룩과 섞어 빚으면 저절로 술이 되고 맛 또한 훌륭하다. 머루도 된다. (증류본초)'와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 구급(救急) : 응급처치법이다. 산골에 살면서 급한 병을 만나게 되면 손을 쓸 수가 없어서 끝내 요절하게 되는 자가 많아 이 내용 또한 다룬다고한다. 목매어 죽은 자, 우물 청소를 하다가 죽은 자, 익수사, 동사, 졸사한 경우 이들을 살릴 수 있는 응급처치법부터 중풍, 두통, 눈알이 튀어 나왔을 때, 파상풍, 물이나 불에 데었을 때, 기름에 데었을 때, 수족이 부러졌을 때, 뱀에게 물렸을 때, 난산, 두창 때 할 수 있는 응급처치법을 담고 있다. 쥐에게 물렸을 때 고양이 똥을 발라준다(허방)는 납득할 수 없는 내용과 생회를 먹고 소화가 안 될 때는 생강즙 1되를 먹이면 즉시 소화가 된다(동의보감)는 이해할 수 있는 처방까지 공존한다.
  • 구황(救荒) : 흉년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잣나무 잎을 송진과 함께 오래 먹으면 곡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다거나 흰 참깨를 쪄 볕에 말려서 약으로 삼아 먹으면 곡식을 끊을 수 있다(증류본초)는 방법 등이 실려 있다.
  • 벽온(辟瘟) : 전염병을 물리치는 방법이다. '무릇 역을 앓는 집에 들어갈 때는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으로 차(次)자를 써서 굳게 쥔다'는 고사촬용의 방법 등 대체로 미신으로 치부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 벽충(辟蟲): 해충, 쥐, 뱀 등을 물리치는 방법이다. 거위를 기르면 뱀을 물리칠 수 있다와 같은 증류본초에 소개된 방법과 단오일 오시(午時)에 백(白)자를 써서 기둥 위의 네 곳에 거꾸로 붙여 놓으면 파리가 없어진다는 신은지에 소개된 방법 등이 실려 있다.
  • 치약(治藥) : 약재 소개와 약재를 캐고 말리고 만드는 방법, 복약 시 주의해야 될 점을 담고 있다. '오미자는 8월에 씨를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맛이 단 것이 좋다. 약에 넣되 씨를 제거하지 않는다'와 하수오는 '자주 꽃에 황백색의 잎이다. 서여 같으나 광택이 없고 반드시 상대하여 나는데 뿌리는 주먹만 하다. 그리고 적색과 백색의 두 종류가 있는데, 적색은 수컷이고 백색은 암컷이다. 뿌리 형상이 짐승이나 산악의 모양처럼 생긴 것이 진품이다.'와 같은 증류본초에 실린 내용을 비롯 월수(月水)가 '음열(陰熱)을 치료하는 데 가장 좋다'는 동의보감의 내용까지 실려 있다.
  • 선택(選擇) : 길흉일과 방향을 선택하는 법을 담고 있다. 시골에는 일관(日官, 추길관)이 없어 길흉을 묻고자 서울의 일관에 오자면 시일을 허비하게 되기에 선택에 관한 내용을 담게 되었다고 한다. 집을 짓거나 뒷간일 수리하는데 길한 일, 터를 닦기 좋은 날, 이사하기 좋은 날, 자식을 구하는 데 좋은 날 등 길일의 선택에 관한 내용이다. 
  • 잡방(雜方) : 문방사우 관리법과 먹을 만드는 법, 서화를 씻고 보관하고 배접하는 법, 베게와 요를 만드는 법, 거문고를 걸어 놓고, 칼을 갈아 광을 내는 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도망간 노비가 저절로 돌아오게 하는 벙에서 피란할 때 시장기를 면하는 방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