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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른 여동생은 오빠를 남자로 사랑하고, 에이즈에 걸린 오빠의 친엄마는 창녀고, 오빠는 창녀인 엄마의 호객꾼 노릇을 하고, 또한 오빠는 동네 동성애자의 구애를 뿌리치다 창녀인 엄마가 보는 앞에서 강간을 당하고, 엄마는 휴가 나온 군인들에게 윤간을 당하며, 새 살림을 꾸린 아빠는 새로 얻은 부인의 아들을 강간하며, 아내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있다. 한 사람의 삶에 떠올릴 수 있는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가 가족 구성원들 모두를 날줄과 씨줄고 엮고 있다. 그야 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시쳇말로 막장이다. 막장으로는 부족하다. 막장의 끝판왕이다. 


'15분에 9,900원, 전국에서 최고로 싼 년'이라는 홍보물을 동네 여기저기 붙이고 다니고, 밭 한 귀퉁이에 마련한 어머니의 공간에 남자를 끌어 들이는 이야기 만으로도 마음이 뒤틀리는데 영화는 점점 마음에 똬리를 틀며 더 더욱 불편하게 옥죄어 온다. 돈 없는 모자가, 몸이 불편한 모자가 생계를 위해, 살아 있음을 느끼는 어머니를 위해 매매춘을 한다는 설정. 사실 기반이라고 해도 마음을 열기 어렵다. 화면을 따라 가기에도 마음은 쉬이 지쳐서 쉴 곳을 찾았다.



각본과 감독과 주연까지 겸한 이상우 감독은 2013년부터 한 해에 2~3작품씩 연출하고 있는 다작 감독이다. UC버클리주립대 영화과를 졸업하고, 김기덕 감독의 <숨> 촬영부와 <시간> 연출부로 참여했던 이력 때문에 자주 김기덕 감독과 그의 작품에 비교되곤 한다. <영화는 영화다>, <고지전>을 연출한 장훈 감독(서울대학교 시각디자인학), <폭풍전야>를 연출한 조창호 감독(서울예술대학 영화연출), <비몽>, <풍산개>를 연출한 전재홍 감독(웹스터대학교 경영학),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연출한 장철수 감독에 이어 <아버지는 개다>, <엄마는 창녀다>를 연출한 이상우 감독과 더불어 김기덕의 '아이들'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