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년이 온다>
누군가는 분명 기록해야 될 역사다.아직 해결하지 못한.그러니 잊지 말아야 할,잊혀지지 말아야 할. p. 17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 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p. 57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차디찬 방아쇠를..